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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ROOM |JONG DUK PARK

FIKA CEO Jong Deok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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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보다 더 푸른 시간 속에서
피카 대표 박종덕

‘(아내는 맛있게 끓는 국물에서 며루치를 하나씩 집어내 버렸다. 국물을 다 낸 며루치는 버려야지요. 볼썽도 없고 맛도 없으니까요.), 며루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인가, 뜨겁게 끓던 그 어려운 시대에도 며루치는 곳곳에서 온몸을 던졌다(며루치는 비명을 쳤겠지. 뜨겁다고, 숨차다고, 아프다고, 어둡다고, 떼거리로 잡혀 생으로 말려서 온몸이 여위고 비틀어진 며루치 떼의 비명을 들으면). 시원하고 맛있는 국물을 마시면서 이제는 쓸려나간 며루치를 기억하자….’


시인 마종기의 ‘며루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인가’ 시구가 팟캐스트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흔을 갓 넘긴 남자 진행자는 자신의 이야기 같다며 씁쓸해했다. 그는 자신이 ‘사십춘기’라고 했다. 더 이상 세상의 중심에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으며 더욱 외로움을 타는 나이라고. 남자는 중년이 될수록 국물만 내고 끝장인 며루치 같은 존재가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라며 해석을 보탰다. 피카 박종덕 대표가 베텔스만코리아, GM코리아, HSBC은행 등 창창한 앞날이 보장된 회사에 사표를 던진 것이 마흔이 가까웠을 때라고 하자 사십춘기 진행자가 떠올랐다.


2006년, 박종덕 대표는 ‘북바인더스디자인’을 한국에 들여왔다. 마케팅 전문가로 어엿한 기업에서 대우받는 시절이었다. 그는 멋진 커리어를 박차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주변이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었다’고 한다. 회사를 나가서는 펜, 노트, 종이 등을 파는 디자인 문구 브랜드 북바인더스디자인을 국내 최초로 소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국내는 물론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물건을 파는 가게’였다고 한다. 그의 이런 과감한 결정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 당시만 해도 편집숍, 북유럽 디자인 등이 유행하지 않던 시절이라 더욱 그랬다. 그는 연이어 세로수길의 낡은 양옥을 허물고 사옥을 지었다. 사옥 내·외관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딥 블루 컬러로 꾸몄다. 꼭대기 층은 본인의 사무실로, 아래층에는 스웨덴 전통 디저트와 커피를 선보이는 카페 ‘피카’와 북유럽 물건을 판매하는 ‘스칸폼’, ‘앱솔루트 보드카 라운지’ 등을 연달아 오픈했다.

2016년에는 스칸폼이 있던 자리에 ‘타스크북샵’을 열었다. 서점, 카페, 문구점이 혼합된 복합 문화 공간인 타스크북샵은 박종덕 대표의 큐레이션이 잘 담긴 곳이다. 얼마 전 용산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에도 피카와 타스크북샵을 함께 오픈했다. 이렇게 사업이 승승장구하던 때에도 그는 주변이 심드렁해지면 자리를 박차고 또 떠나곤 했다. 2016년이 그랬다. 이탈리아 도무스 디자인 아카데미로 유학을 떠난 것이다


그의 유학생활을 듣고 있으니 ‘며루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인가’를 읽으며 신세 한탄을 하던 중년 남자 진행자와는 다른 삶을 사는 듯했다. 그에게 중년은 여전히 청춘이었다.블루 재킷과 청바지, 가장 좋아하는 딥 블루 컬러의 스카프를 멋스럽게 맨 박종덕 대표는 여전히 싱싱해 보였다. 덥수룩한 수염에서는 마초 같은 강인함도 느껴졌다. 그는 달걀노른자를 띄운 스웨덴식 커피를 마시며 불쑥 유학을 떠난 이유를 말했다. “주변에 새로울 것이 없었다. 삶이 지루하다고 느껴지면 바로 그 자리를 박차고 떠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어디든 새로운 곳을 찾아 삶을 전환해야 한다. 나이가 드니 이윤만 추구하는 비즈니스 말고,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삶을 살고 싶다. 젊은 시절부터 북유럽을 왔다 갔다 하며 비즈니스를 했으니, 다양한 물건과 경험을 잘 풀어내 ‘스칸디나비안 정보 아카이브’를 만들고자 한다. 북유럽의 정치, 문화, 경제, 예술 등 모든 것을 아카이빙해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을 찾는 것이다. 잡것에 탐닉해본 이가 건진 ‘잡학다식’을 널리 공유하고 싶다.”


박종덕 대표는 우리를 사무실로 이끌었다. 그곳에는 장난감, 크리스털 도자기, 지우개, 책, 노트, 볼펜 등 20~30대 시절부터 모아둔 북유럽 물건이 빼곡했다. 그의 지난 시간이 지문처럼 새겨진 곳. 그는 “이건 20년 전 건데…”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물건 하나하나마다 신비로운 잡학 사전을 펼치듯 박식한 흥분을 쏟아냈다. 그곳에서 그는 청춘보다 더 푸른 시간 속을 헤엄치고 있는 듯했다.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광고 메이커를 많이 만났는데, 다들 이렇게 말하더군요. “광고하는 놈은 기발한 잡놈이 되어야 한다.” ‘잡학다식’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이제 이런 잡것의 가치를 바라봐야 하는 시대예요. 잡놈들이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오래전부터 전문적인 지식보다 잡스러운 경험이 중요하고 생각해왔어요. 수박 겉핥기식의 피상적인 접근이 아닌, 깊이 있고 다양한 잡학. 그런 지식과 노하우가 있으면 융합과 컨버전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왔죠.”

 

 

사무실을 가득 채운 물건 이야기부터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이 모든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고 있나요?

믿기지 않겠지만 다 기억하고 있어요. 또 그 물건을 보면 어디서, 어떻게, 왜 구입했는지도 떠오릅니다. 예전부터 물건 수집을 즐겼어요. 제가 직장을 그만두고 북바인더스디자인 브랜드를 소개한 것도 이런 물건과의 인연 때문이에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트렌드를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잡지를 읽어야 해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아버지가 <소년중앙>, <어깨동무>, <새소년>, <보물섬> 잡지를 매달 사 오셨고, 중학교 때는 일본판 영화 잡지 <스크린>을 구독했어요. 잡지란 잡지는 모두 봤죠. 세상의 이슈, 브랜드 이야기가 가득한 잡지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첫 직장으로 홍보 대행사에 취직하게 되었죠. 일하면서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광고 메이커를 많이 만났는데, 다들 이렇게 말하더군요. “광고하는 놈은 기발한 잡놈이 되어야 한다.” ‘잡학다식’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이제 이런 잡것의 가치를 바라봐야 하는 시대예요. 잡놈들이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물건으로 가득 찬 이곳은 잡놈에게 어울리는 공간이죠.

애정 깊은 물건 몇 가지를 소개해주세요.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든데…. 우선 사브 브랜드 북 . 20년 전에 발간한 것인데, 지금 봐도 깜짝 놀라요. 사진 한 장 한 장마다 간결한 문장처럼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죠. 사브는 제가 홍보했던 브랜드인데, 이 책을 계기로 북유럽 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가 발행인 겸 편집장이 되어 만든 잡지 . 북유럽이란 주제가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에 머물도록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북유럽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그것에 관심을 가져온 그룹과 개인이 함께 상호작용할 수 있는 물리적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 만든 잡지예요. 1호를 출간하고 난 후 휴간했지만, 나름 공을 많이 들여 만들었어요. 이름도 스칸디나비아로 통하는 플랫폼인 ‘SKANFORM(스칸폼)’으로 지었죠. 저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준 잡지도 여기 가득하네요. 집에는 칫솔과 치약도 많은데, 여행길에서 하나둘 사 와 모아둔 것이죠. 주변에서 이걸 보고 북유럽 물건을 수입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면 저는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죠. 사실 북유럽 제품은 사람들이 쉽게 살 수 있는 물건은 아니라고. 수익을 얻길 원한다면 북유럽 말고 다른 유럽의 제품을 선택하라고요. 여기 있는 물건은 그저 제가 좋아서, 제 고집으로 가져온 아이(?)들이죠.

“북유럽 디자인이 유행하면서 여러 요소가 우리 생활 속에 흩어져 있죠. 그들의 정신을 먼저 알아야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래야 자연스럽게 그런 디자인과 물건이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있어요. 북유럽 디자인만 공부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이가 들어가니까 비즈니스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쌓아둔 여러 정보와 노하우를 널리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2014년 1월 스톡홀름 중앙역 앞. 주변은 한없이 깊고 푸른 북구의 겨울밤 기운으로 가득하다. 스톡홀름 중앙역 근처에 자리한 교회 첨탑에는 밝은 달빛이 밤안개를 헤치고 아스라이 모습을 드러낸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마치 판타지 소설에나 등장할 것 같은 신비로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나는 그 매력에 이끌려 반사적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 순간을 남긴다. ‘찰칵’.” 1호에 쓴 발행인의 글이에요. 그 글을 읽으면 북유럽에 대한 동경과 환상이 가득했다는 것이 느껴지네요.

사실 북유럽에 대한 사랑은 초등학교 시절 핀란드 소녀 엘리아 메켈라와 펜팔을 하면서 시작되었어요. 그녀가 보낸 엽서에는 늘 핀란드 자연을 담은 사진이 있었는데, 그 풍경이 어린 저에게 북유럽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었죠. 북유럽 관련 브랜드를 홍보하면서 그곳에 몇 번을 들러도 그 환상은 깨지지 않았어요. 형형색색의 문구를 판매하는 북바인더스디자인 매장에 들어갔을 때도 그 환상을 떠올렸죠. 북유럽 도시에 가면 그 이상의 감동을 받아요. 많은 이들이 왜 북유럽에 빠졌느냐고 물어보는데, 정확히 설명하기가 힘들어요. 함께 그곳으로 떠나 그들과 먹고 자고 즐겨보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죠. 그래서 잡지를 만들었어요. 제가 느낀 감동과 충격을 하나씩 풀어내고 싶었죠. 발행인의 글에도 적혀 있듯 제가 이끌린 북유럽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1호는 ‘basic’을 주제로 북유럽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개념만 다루었어요. 글보다 사진과 이미지로 다가가려 노력했죠. 더 발전시켰어야 했는데, 1호만 발행하고 멈춰서 아쉬워요. 곧 2호를 준비해야죠.

대표님이 꿈꾸는 ‘스칸디나비안 정보 아카이브’도 북유럽을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매개가 아닐까요? 북유럽 디자인 유행 속에 살고 있지만, 실제 북유럽 디자인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북유럽 디자인이 유행하면서 여러 요소가 우리 생활 속에 흩어져 있죠. 그들의 정신을 먼저 알아야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래야 자연스럽게 그런 디자인과 물건이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있어요. 북유럽 디자인만 공부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이가 들어가니까 비즈니스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쌓아둔 여러 정보와 노하우를 널리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북유럽 전반의 이야기를 주제별로 모으고 다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는 특정 기업가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여러 학술 기관, 대사관의 협조 아래 이루어져야 하겠죠.

 

 

 

본인의 진짜 취향은 어떤가요? 이탈리아 분위기도 잘 어울리는데.

사실 이번에 이탈리아에서 살면서 저도 좀 놀랐어요. 북유럽 문화를 동경하고, 그와 관련된 일만 해왔는데, 이외로 이탈리아 문화와 스타일도 저랑 잘 맞더라고요. 그러나 물건에 있어서는 확실히 북유럽 쪽이에요. 군더더기 없는 단순미, 호기심을 유발하고 실용성 있는 물건. 특히 한 가지 제품이 멀티 기능을 발휘하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이는 북유럽 물건에만 존재하는 위트거든요. 저는 칫솔질을 하면서 발을 닦고 문자도 보낼 수 있어요. 삶도 멀티 기능을 추구하죠. 하하. 인간관계도 북유럽 사람들과 맞아요. 낯을 많이 가리고, 자주 만나고 친해져야 마음을 나누죠.

오랫동안 북유럽 사람들과 지내셨어요. 여전히 우리는 그들에게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말하는데, 그들의 문화와 정신 속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배울 수 있나요?

오랫동안 직접 비즈니스를 하면서 느낀 것은, 북유럽 사람들은 모든 면에서 군더더기가 없다는 사실이에요. 인간관계도 그렇고요. 생활도 검소하고 단순하죠. 서유럽 사람들이 보면 심심하게 산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들은 그저 일상을 충실히 보내고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우선으로 생각해요. ‘공익’과 ‘공리’, ‘선한 이익’에 관심이 많죠. 또 국가와 시민이 서로 신뢰할 수 있도록 사회제도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해요. 그렇다 보니 북유럽 사람들은 늘 타인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일을 도모해요.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 스톡홀름에 갔더니 거지가 정말 많더라고요. 집시들이 추운 북유럽까지 가서 구걸을 하는 거죠.

단순히 정치와 사회제도가 바뀐다고 되는 일은 아닐 것 같아요. 개개인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 이는 교육의 문제 아닐까요?

맞아요. 결국 교육이죠. 이것이 제가 리서치 기반의 연구소를 만들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교육 방식도 북유럽에서 많은 것을 차용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쯤에서 갑자기 궁금증이 생기네요. 2016년, 이탈리아로 불쑥 유학을 가셨어요. 왜 북유럽이 아닌 이탈리아로 떠나셨나요?

전 오래전부터 전문적인 지식보다 잡스러운 경험이 중요하고 생각해왔어요. 수박 겉핥기식의 피상적인 접근이 아닌, 깊이 있고 다양한 잡학. 그런 지식과 노하우가 있으면 융합과 컨버전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왔죠. 그래서 간극을 정확히 알기 위해 북유럽과 문화가 다른 서유럽, 즉 반대 지점인 이탈리아로 떠났어요. 실제로도 북유럽과 서유럽은 문화가 매우 달라요. 물건 하나만 봐도 그들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죠. 예를 들어 가로등을 만든다고 생각해봅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평생 사용할 수 있는 소재를 구한 후 볼 때마다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구현하려 해요. 예산이 아무리 많이 들어도 지속 가능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물건을 만들죠. 사소한 물건 하나를 만들어도 왜 이런 소재와 디자인을 적용해야 하는지 신중하게 접근해요. 한편 북유럽의 경우는 실용성이 먼저예요. 물건 종류에 따라 비용을 고려한 적당한 소재를 찾고, 가장 효율적인 디자인을 적용하죠. 이탈리아인들은 칫솔, 컵, 비누통 등 용도에 따라 모두 따로 디자인하지만, 북유럽인은 이 모든 용도를 동시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요. 멀티 기능을 생각하는 것이죠. 디자이너가 물건의 용도를 정하지 않고, 사용자가 물건을 사용하면서 습관과 방식에 따라 용도를 결정하도록 해요. 이런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은 이탈리아 물건에서는 느껴지지 않아요. 이케아를 떠올려보세요. 이탈리아인들을 이케아 가구를 가구로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그 결론은 결국 21세기에는 북유럽 디자인과 문화가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이죠?

이탈리아와 핀란드만 비교해봐도 알 수 있죠. 지금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북유럽 문화와 디자인 등이 트렌드가 된 것은 우리 삶이 실용성과 경제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부러 북유럽을 따라 할 수는 없어요. 필요한 것만 적절히 취하면 되죠. 북유럽 물건이 간결한 것은 소재가 다양하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물이에요. 그들의 삶 자체가 실용적이고 단순하니 그런 물건이 나오는 것이죠.

 

“요즘 젊은 세대를 보면 안타까워요.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죠. 전 그 이유를 전문가 중심의 교육에서 찾고 싶어요. 전문가가 많으면 사회가 기형적으로 변할 수 있어요. 함께 공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힘들죠. 각자 자신의 분야만 알기 때문에 타인의 영역에 공감할 수 없고, 그렇다 보니 타인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떨어져요. 제가 늘 농담처럼 ‘잡놈이 많아야 한다’라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사고방식을 바꿨으면 하기 때문이에요. 다른 분야, 새로운 곳을 계속 호기심 있게 들여다보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해요. 얼마큼 다른지 알아보고, 그 다름에서 내 위치를 파악해야 하죠.”

 

지금 우리 젊은이들이 꼭 생각해봐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요즘 젊은 세대를 보면 안타까워요.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죠. 전 그 이유를 전문가 중심의 교육에서 찾고 싶어요. 전문가가 많으면 사회가 기형적으로 변할 수 있어요. 함께 공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힘들죠. 각자 자신의 분야만 알기 때문에 타인의 영역에 공감할 수 없고, 그렇다 보니 타인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떨어져요. 제가 늘 농담처럼 ‘잡놈이 많아야 한다’라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사고방식을 바꿨으면 하기 때문이에요. 다른 분야, 새로운 곳을 계속 호기심 있게 들여다보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해요. 얼마큼 다른지 알아보고, 그 다름에서 내 위치를 파악해야 하죠. 앞으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간 유형은 융합형 인간입니다. 이는 다른 분야 사람들이 모인다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융합은 물리적인 결합이 아닌 화학적 결합이죠.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여러 사람이 모여 새로운 집단이 되는 것, 생각을 혼합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사소한 소수 의견도 인정하고, 그 미세한 차이를 알고, 그에 따른 결과물을 만들어야 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늘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잖아요. 이를 경계해야 해요. 차이에도 정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이에 따른 여러 결과를 수용할 줄 알아야 해요. 타 문화를 보듬을 수 있는 사람, 세상이라는 넓은 바다를 마음껏 헤엄치는 푸른 기운이 넘치는 젊은이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가장 최근 오픈한 아모레퍼시픽 사옥 내 타스크북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박종덕 대표의 큐레이션이 드러나는 곳이죠. 디지털 시대에 책이 사라진다는 우려에도 오프라인 서점이 늘고 있는 것 같아요.

디지털의 맹점은 물리적인 축적이 안 된다는 거예요. 기본적으로 인간은 아날로그잖아요. 실제 존재하는 인간은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누리고 만족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소비 주체가 아날로그이기 때문에, 소비재가 완전히 디지털로 바뀔 수가 없어요. 또 오너 자체가 자신의 브랜드를 누리는 고객을 만나고 싶은 갈증이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숍을 오픈하기도 하죠. 온라인을 추구하는 것은 비용의 이슈가 가장 커요. 수소차, 전기차 등이 등장했지만, 우리는 아직 휘발유 자동차를 타고 있잖아요? 굳이 디지털로 변할 필요가 없는 것들은 그렇게 바뀌지 않을 거예요. 시간이 흘러도 굳이 빠르게 발전하지 않는 것도 존재해요. 시간이 흘러도 고유한 것이 진짜 가치 있는 물건이 되겠죠.

 

타스크북샵의 모든 책을 큐레이션했다고 들었어요. 최근에 읽고 있는 좋은 책을 소개해주세요.

<코펜하겐>(모노클), <북유럽 스타일 100-100가지 아이콘으로 읽는 북유럽 신화 음식 문화 예술 라이프스타일>(페이퍼스토리) 양장본, <리얼 노르딕 리빙>(페이퍼스토리),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이야기: 바이킹에서 이케아까지>(미래의 창), <내가 좋아하는 것과 단순하게 살기>(진선북스), <피카 fika>(위고). 특히 <북유럽 스타일 100>은 지금 읽고 있는데, 북유럽 디자인을 선호하고, 북유럽 여행을 꿈꾸고, 북유럽 스타일의 삶과 패션, 전통 음식,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있는 나라와 도시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 거예요.

 

 

 

마흔이 가까웠을 때 새로운 삶을 시작하셨어요. 지금 사십춘기를 겪는 중년 남자, 퇴사를 꿈꾸는 남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남자는 마흔부터 진짜 인생이 시작됩니다. 행복하려면 애인도 있어야 하고 집도 있어야 하고 통장에 돈도 어느 정도 넉넉하게 있어야 한다는 낡은 생각을 훌훌 털어버리기에 좋은 나이니까요. 주변이 심드렁해지고 시큰둥하게 느껴질 때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하는데, 다들 엉덩이가 무거워서 못 일어나요. 그 무게는 사실 욕심이에요. 비워내야 해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인정하면 거뜬히 가벼운 마음으로 일어나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수 있어요. 그 정도 용기는 있어야 남자 아닌가요?

 

박종덕 대표의 테이스트

가장 최근 산 물건은 무엇?

아메리컨 일렉트릭 기타의 명가 펜더가 만든 블루투스 스피커 펜더, 국산 수제 주물 커피 그라인더.

영감을 받은 장소?

북바인더스디자인 본점.

가장 좋아하는 컬러는?

딥 블루.

좋아하는 디자인은?

마감이 딱 떨어지는 디자인. 군더더기 없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 떠나고 싶은 여행지는?

20대 공부를 하기 위해 머물렀던 호주 멜번.

자주 가는 맛 집 세 곳은?

0년 단골집으로 전과 멸치 국수, 콩물 국수를 먹으려 찾는 논현동 가람국시., 고등어 조림과 갈치 조림이 맛있는 논현동 제주 서두부. 발효음식으로 완성한 실험적인 이탈리안 요리를 선보이는 압구정 퍼먼트비.

 

 

박종덕 대표의 채소 에그 팬케이크

세상 어디에도 없는 요리를 해보고 싶었다. 냉장고에 남은 각종 채소를 이용해 만들어봤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호기심이 느껴지는 맛이 난다고 하더라. 달걀을 이용해 에그 팬케이크이라는 이름을 붙여보았다.

재료

양파·버섯·파프리카·토마토·아보카도 각 1/2개, 달걀 4개, 통후추·참기름·식용유·모차렐라 치즈 약간씩


1. 양파, 버섯, 파프리카, 토마토, 아보카도 등 채소를 손질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2. 1의 재료를 식용유에 볶다가 은근한 불로 줄인 다음 달걀 4개를 넣는다.

3. 냄비 뚜껑을 닫고 노른자가 반숙이 될 때까지 둔다.

4. 반숙된 달걀 위에 통후추, 참기름, 모차렐라 치즈 등을 뿌려 먹는다.

ABOUT ARTIST ROOM

진주식당은 아티스트의 의식주를 통해 삶의 취향, 신념, 철학을 섬세하게 탐험하려 합니다.

Creative Director | Jinju Kang

Writer | Anna Gye

www.jinjusikdang.com

www.instagram/jinjusik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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